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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팔면 죽는다.

잡문 2006/06/27 16:07 by 은빛늑대
그녀는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서 디자인 관련 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건 그저 편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디자인 관련 잡지를 읽고 있는 만큼, 그녀의 패션 감각도 뛰어났다. 검은 색의 블라우스와 스타킹, 납작한 구두, 그리고 짧은 머리카락은, 옅은 베이지색의 수트와 매우 잘 어울렸다. 내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하는 동안, 그녀도 흘깃 나를 보았지만, 별로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카페 안에 있는 사람은 고작 세 명 - 나와 그녀,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 -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하긴, 당시 나의 차림새는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주문했던 러시안 커피의 첫 번째 한 모금을 들이키기도 전에 그녀는 자리를 떠나 버렸고, 그 잔을 비우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D가 카페에 들어섰다. 내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으니, 그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며 궁금한 기색을 보인다. 나는 굉장히 멋진 여자를 보았다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서로 미소를 주고 받았다는 식의 허풍도 곁들여서 말이다. 그는 들은 채 만 채 하며 블랙 커피를 주문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부럽지? 몰래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 걸 그랬나."

그러자, 그는 내 귀를 세게 잡아 당기며, 종업원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한 눈 팔면 죽는다."

죽이겠다는 협박이 기분 좋게 들리는 느지막한 오후, 나는 얼얼한 귀를 문지르며 달콤한 러시안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했다.

덧 1. 나는 이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단골 중에서도 특히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골수 분자' 라는 사실을 모르는 데다가, '단골 손님들에게는 한 잔은 무료' 라는 암묵적인 룰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녀의 각선미가 그다지 빼어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충족했었더라면, 나머지는 모두 용서가 될 텐데.

덧 2. 마침내 책이 도착했다. 만만치 않은 두께들이다. 조리사 필기 시험 준비로 바쁜 요즘이지만, 책을 읽을 시간 정도는 내야 할 것 같다. 플라톤의 '국가론' 은 출판사의 특성상 괴이쩍은 부분이 많고,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는 그 내용이 몹시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가능하다면, 오늘 안으로 '리뷰' 를 써 볼 계획이다.
2006/06/27 16:07 2006/06/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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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iz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남자친구의 이런 반응은 정말 로망이었건만!!
    정말 귀여우신 것 아닌가요>_<

    2006/06/27 22:51
  2. Tumnaseld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가론......(부들부들 떤다)
    음! 알바생 중에서도 그런 부류가 있기 마련지요... 항상 관용을 가지고(먼산)

    2006/06/27 23:55
  3. Je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각선미라니, 너무해요 ㅠ_ㅠ

    2006/06/28 00:00
  4. 티라미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바생의 센스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그래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각선미였군요. 하핫...^^;;
    저런 협박이라면 항상 환영한다죠...ㅋ
    (여기서 ㅋㅋ, ㅎㅎ 같은 자음체 써도 되나요?? -_-a)

    2006/06/28 12:19
  5. MaryJa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아~ 나도 저런 협박 당해봤음 좋겠네요 ;ㅁ;
    부러워요//

    2006/06/30 00:10
  6. JJ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글쓰시는분이 남자분인지 여자분인지 헷갈릴때가 있습니다만..;;
    저만 그런가요?? =_=;;

    2006/07/05 03:11
  7. azi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Jun님/저도 그렇습니다만... 계속해서 읽다 보니 그런건 개의치 않게 되더라구요 ^^;;

    2006/07/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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