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판타스틱 소녀 백서(원제는 'Ghost World' 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발랄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몹시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졸업과 동시에 나를 압박해 오는 사회적인 책임들, 한 사람의 성인(成人)으로서 독립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 어떤 것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한 -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더욱 빛내 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 애착, 그것에 대한 이성적인 실망, 정처 없는 청춘의 방황... 그것은 어른이 되어야 할, 그러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니드' 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장난과 심술로 가득 찬 소녀였던 '이니드' 는 단짝 친구인 '레베카' 와 함께 독립을 준비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녀' 로서는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는 문제들에 봉착하고 만다. 두 사람이 살 집과 가구들을 마련하려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지만, 그녀는 불량한 태도 때문에 번번히 직장을 잃고 만다. 보충 수업인 미술 시간에도, '이니드' 는 불필요한 경쟁심과 으스대고 싶은 마음 때문에 큰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더군다나, 그녀는 마흔 살이 넘는 아저씨인 '세이모어' 와 사랑에 빠진다. 반면, '어른 되기' 에 성공한 '레베카' 는, 아직도 '소녀' 를 벗어 던지지 못 한 '이니드' 에게 점점 질려 간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니드' 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그녀의 목적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소녀였던 자신을 초라한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다가 내려 놓은 채로 떠나 버린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영원히 소녀로서 살아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떠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도 나의 행동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었다. 선생님, 부모님, 또는 다른 누군가가 나의 뒤치다꺼리를 해 주지 않는 때가 된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은 이제 뜬 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 장난감 대신 식료품을, 책 대신 생활 필수품을, 취미 대신 생활을 생각해야 한다. 나도 그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영원토록 순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철 좀 들라는 말은 너무나도 부담스럽고 무거운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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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좀 들어!' 라는 말은 늘상 듣고 사는 말이지만 생각만큼 철이 드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2006/07/26 18:17스물 이후부터 나도 이젠 어른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지 어린아이 같이 구는 자신이 싫지만, 그렇다고 '어른이 된다는 것' 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제게는 여전히 난제입니다. 어른이라는 숙제는요.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에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요?
2006/07/27 00:04뭐랄까. 전 수능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어른이라도 된듯 대접해주는데에 더 놀랐어요.
2006/07/26 22:01그 몇개월 사이에 전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더라구요.
제대로 배운 것 하나 없이 갑자기 등떠밀려 어른이 된듯한 얼떨떨한 느낌;
아직도 그런 느낌이 좀 남아있어요;
저는 아직도 어린 아이 취급을 받고 있어요. -_-; 뭐,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니 당연한 거겠지만요.
2006/07/27 00:05이 영화 언제봤더라; 아마 고3때 봤던것 같은데, 엔딩에서 상당히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일 같지 않았던게, 저런 친구가 있었거든요. '이니드'같은 친구. 실로 제쪽에서 질려버리기도 했구요. 사실 저도 철이 없다면 심각하게 없지만, 제가 질렸던 부분은 '철없는'게 아닌 철없는 아이가 어른 흉내를, 아니 스스로 어른이라고 착각하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2006/07/27 06:41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어른이 되거나, 어른이 되지 않거나... 그 사이에 끼어 있을 수는 없는 거예요. 어른이면 어른 답게, 아이라면 아이 답게 행동해야 하는 거죠.
2006/07/27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