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에 관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4년 전이지만, 매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때엔, 과감한 성적 묘사에 충격을 받았었다.(내가 경험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부분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 나머지 다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직은 성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았으니까.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 이다. 하지만 나는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들 수록 어렸던 시절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자신의 주변이 점점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무력감을 나 자신도 느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던 올해 초에 이 작품을 다시 한번 읽었다. 나 자신이 성인이 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와타나베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나 자신의 초상이었다. 친구를 잃고, 사랑을 하고, 무력하게 살아가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소중했던 것들을 모두 잃고도 애써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을 찔렀던 것은 소설 종반의 이 부분이다.
우리는 아무데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간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갈 뿐,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수화기를 붙들고 누군가를 향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 뿐이다.
어렸을 적엔 나 자신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었다. 세상의 주인공은 나였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다 보면, 나를 중심으로 돌던 세상은 조금씩 원심력을 잃고 흩어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이다.
와타나베가 느꼈던 것은 그런 심정이 아닐까.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씩 흩어져가고, 이제는 이 세상 속의 '아무개씨' 로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 그런 시기를 지나는 젊은이의 심정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래된 추억이 생각나서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상처를 입은 짐승처럼 사랑을 울부짖던,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서리에서 정처없이 손을 내밀던 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와타나베는, 젊은 나의 초상이었다. '상실의 시대' 를 덮으며 나는 이 글을 쓴다.
처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때엔, 과감한 성적 묘사에 충격을 받았었다.(내가 경험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부분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 나머지 다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직은 성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았으니까.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 이다. 하지만 나는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들 수록 어렸던 시절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자신의 주변이 점점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무력감을 나 자신도 느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던 올해 초에 이 작품을 다시 한번 읽었다. 나 자신이 성인이 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와타나베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나 자신의 초상이었다. 친구를 잃고, 사랑을 하고, 무력하게 살아가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소중했던 것들을 모두 잃고도 애써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을 찔렀던 것은 소설 종반의 이 부분이다.
- 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든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야기할 게 너무 많다, 이야기해야만 할게 산처럼 쌓여 있다, 온 세계에서 너 말고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와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이 됐건 모든 걸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고 말했다.
미도리는 한참 동안 전화 저 쪽에서 말이 없었다.마치 온 세계의 가랑비가 온 세계의 잔디밭에 내리는 것 같은 침묵만이 이어졌다.
나는 그 동안 줄곧 유리창에 이마를 바짝 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미도리가 입을 열었다.
"자기,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그곳이 어딘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랄 것도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아무데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계속 미도리를 부르고 있었다.
미도리는 한참 동안 전화 저 쪽에서 말이 없었다.마치 온 세계의 가랑비가 온 세계의 잔디밭에 내리는 것 같은 침묵만이 이어졌다.
나는 그 동안 줄곧 유리창에 이마를 바짝 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미도리가 입을 열었다.
"자기,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그곳이 어딘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랄 것도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아무데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계속 미도리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데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간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갈 뿐,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수화기를 붙들고 누군가를 향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 뿐이다.
어렸을 적엔 나 자신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었다. 세상의 주인공은 나였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다 보면, 나를 중심으로 돌던 세상은 조금씩 원심력을 잃고 흩어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이다.
와타나베가 느꼈던 것은 그런 심정이 아닐까.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씩 흩어져가고, 이제는 이 세상 속의 '아무개씨' 로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 그런 시기를 지나는 젊은이의 심정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래된 추억이 생각나서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상처를 입은 짐승처럼 사랑을 울부짖던,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서리에서 정처없이 손을 내밀던 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와타나베는, 젊은 나의 초상이었다. '상실의 시대' 를 덮으며 나는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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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는 문학이랑 담쌓은 사람이지만 -_-;
2005/08/02 15:36이 글을 읽어보니.. 왠지 오랫만에 책을 잡고 싶은 마음이.. 솔솔.
뭐 거창하게 문학이니 뭐니 하지 않아도 책은 재미있으니까요.^^
2005/08/02 18:03하루키씨는 아픈 이야기들을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밝고 가볍게 써놓는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의 숲 같은 경우는 다 읽고 난 뒤에 서두 부분을 다시 보면 정말로 아프죠. 잊어 버린 사람들, 잊혀져 버린 사람들. 빛바랜 추억들...
2005/08/02 18:27.....아, 물론 위에 적으셨듯이, 쿨하게 성적 묘사를 하는것에도 매력이 넘치구요(라고 할 이야기는 아닌가?). 어쩜 저렇게 태연하게 써 놓으시는지. 참...
자기가 만들어 낸 캐릭터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죠? 그런 것 때문에 제가 하루키 소설을 좋아합니다.
2005/08/02 19:22전 이상하게 '상실의 시대'는 잘 손이 안가게 되더라고요...
2005/08/02 21:36첨 접한 하루키 소설이 '태엽감는 새'였는데,
참 인상적이었죠...
지금까지도 몇번이고 다시 읽게 되는 하루키 소설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네요...
'양을 쫓는 모험' 하구요.
혹시 안읽어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양을 쫓는 모험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제목도 처음 듣네요. -0-;
2005/08/02 21:40이번주에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하아...제가 상실의 시대 저부분을 읽고 뭔가 느꼈지만
2006/03/09 13:05무언지 몰랐던 감정.....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뭔지 잘몰랐었는데
그 가려운부분을 시원하게 표현해 주셨네요 ^^
동어 반복인걸요. :)
2006/03/09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