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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에 대한 변명.

잡문 2006/02/17 16:08 by 은빛늑대
우선, 지난 사흘간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글도 쓰지 못 할 만큼 바빴던 것은 아니다. 그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뿐이다. 어머니는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 일을 하고 계시고, 컴퓨터가 한 대 뿐인 집에서는 포스팅을 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어쨌거나, 먹고 사는 일이 훨씬 중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발길을 PC방으로 옮겨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진지하게 글을 쓰기에는 산만한 환경이 아닐 수가 없다.(훔쳐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 하게 되면, 보통은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다. 하루 종일 짜증을 내고, 하릴 없이 책장을 뒤지고, 책임이나 의무를 회피하곤 했다. 그것이 현재의 공허함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철이 든 것인지, 짜증은 나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불안함과 남아 도는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미처 다 읽지 못 한 책들도 함께.

그래서 사흘간은 그렇게 지냈다. 즐겁게 독서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잠시 떠나 있었던 게임에도 손을 댔다. 부족했던 잠도 보충했다. 유익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즐겁기는 했다.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 지가 꽤나 오래 되었기 때문이리라.

블로그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초연해 진 지가 꽤 되었다. 방문자의 숫자나, 달력을 가득 메우는 포스팅 같은 것은 제법 그럴 듯 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임할 때의 충실한 자세다. 그저 비어 있는 달력을 메우기 위해서라면, 일기 같은 것을 써도 될 것이다. 그 정도라면 하루에 십 분만 투자해도 쓸 수가 있다. 그러나, 내가 블로그를 통하여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사소한 일과 같은 것이 아니다.(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깊은 밤에는 포스팅을 할 시간이 있었지만, 포스팅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쓸 수가 없는 것이 글이다. 억지로 써 본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올 리가 없다. 이 쯤에서 내가 포스팅을 하는 방식을 밝히자면, 일단 글을 쓴 뒤에 그것을 다음 날의 예약 포스팅으로 올려 둔다. 그러면 다음 날에는 글을 쓰기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지난 사흘 동안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글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땜빵' 포스팅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이렇게 나 자신의 '자아 비판' 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바쁘더라도 포스팅을 꼭 하겠습니다." 라는 약속은 하지 않겠다. 다만, 앞으로는 성의가 없는 포스팅을 할 바에야, 아예 포스팅을 하지 않겠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된다.
2006/02/17 16:08 2006/02/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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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iz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의 없는 포스팅을 할 바에야 아예 포스팅을 하지 않겠다...
    어흑..왜 이리 찔리는 말일까요..ㅠㅠ

    2006/02/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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