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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성의 상실.

잡문 2006/06/10 16:08 by 은빛늑대
지난 9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썼다. 가끔은 '떼운다' 라는 느낌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던 날도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글들은 그야말로 심력(心力)을 쥐어 짜서 만들어 낸 것이다. 상당히 신나는 나날들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나날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건 정말로 멋진 일이었다. 게다가, 매일 글을 써 가는 동안, 당면한 문제에만 메달려 오던 성격도 조금씩 바뀌어, 이제는 나 이외의 다른 것들에도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예전처럼 메모나 일기 따위만을 써 왔다면, 내겐 아무런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어제는 6월 9일, 일모리님의 주창으로 정해진 '블로그의 날' 이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 사명감을 갖자' 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날인데,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글로써 남긴 자신의 한 해를 돌이켜 본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나의 블로그가 한 주기를 맞게 되는 6월 15일과도 날짜상 가깝다. 어제는 그간 어영부영 미루어 두었던 '옛 글에 태그 달기' 작업과 함께, 틀렸던 맞춤법을 다듬는 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써 왔던 글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고, 그 중에서 유익한 정보가 될 만한 글들은 몇 개나 되는지를 곰곰히 고민해 보았다.

이상하다.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원래 '불특정 다수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나의 일상을 담담하게, 가능한 한 재미있게 기록하는 블로그' 를 운영하고 있었을 따름인데, 어느샌가 내 블로그의 정체성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근래에 쓴 나의 글들은 영 성에 차질 않았는데, 아마도 그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내가 쓰기는 했지만, 나의 생각이 실려 있지 않은 글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글을 쓰고 있었던가? 나는 왜, 무슨 이유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블로그' 라는 종이 위에 글을 쓰고 싶은 것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목적' 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맞지 않는 옷은 벗어 버리고, 이제는 다시금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덧. 어째서 늘 '한 걸음' 뒤쳐진 날짜에 글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것은 당연하다. 지난 11월 이후로, 나는 모든 글들을 '예약 포스팅' 기능을 활용하여 써 왔기 때문이다. 즉, 글이 공개되는 날짜는 늦지만, 실제로는 훨씬 먼저 써 놓은 글이다.
2006/06/10 16:08 2006/06/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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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블로그 너만은 정보의 무덤이 되지 마라.

    Tracked from 아는 만큼 보인다!!  삭제

    블로그를 운용하는 수많은 블로거 중의 한사람으로써 그 장대한 시작을 알리고자 한다. 우선 블로그가 무엇인지 블로그를 통해 과연 무엇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 등에 관한 필자의 이기적인 ..

    2006/06/14 02:3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윗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이곳에 들르는게 한층 더 즐거워 질 것같네요.

    2006/06/10 17:30
  2. xiz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하루 심력을 다해서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죠;
    그게 잘 안되서 제 블로그에 땜빵용 포스팅이 늘어나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ㅠ_ㅠ

    2006/06/10 23:45
  3. 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처럼 성의 없음의 극치보다는 낫지요 뭐.:D 늘 읽을거리가 있다는 건 좋은겁니다.^^

    2006/06/11 18:31
  4. trend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운 말이지만 양 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것이 어떨까요?

    2006/06/14 02:35
    •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히 기분이 좋은 말은 아니군요. 그건 제 블로그의 포스트가 양만 많고 질이 떨어진다는 소리겠지요? 하지만 그건 누가 정하는 걸까요? 블로그에 있어서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떤 글이 나쁜 글이죠? 무조건 블로그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동의하기 어렵군요. 말씀하셨듯이 '블로그는 도구일 뿐' 입니다. 잘 쓰고, 못 쓰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망치를 아령처럼 쓰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지요. 거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덧붙여서, 하루에 하나 정도가 그리 많은 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6/06/14 11:03
    • trendon  댓글주소  수정/삭제

      은빛늑대님 글 보고 그런거 아닌데... 쩝.. 저도 이야기 했듯이 그건 누가 어쩌고 저쩌고 떠들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전 그냥 은빛늑대님을 비롯하여 정보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내시는 것이 아닌 인터넷을 검색하여 여기저기서 조금씩 얻은 정보를 짜집기 하여 자신의 글이고 자신의 생각인야 이야기하며 포스팅 된 글의 양과 트래픽의 양을 자신의 능력인양 좋아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 절대 은빛늑대님을 두고 한말이 아니랍니다. 자신의 글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자신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판단되어 질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일 뿐이죠. 내가 이렇게 생각하기에 나에게 가치있는 것이랍니다. ^^

      2006/06/14 11:04
    •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런데 트랙백이 왜 안 보내질까요?

      2006/06/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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