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새침하고, 몹시도 사치스럽고, 무모하다고 생각되리만치 천진난만한 그녀이지만, 그래도 가끔이나마 씩씩하고 의젓한, 그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곤 하는 D의 동생을 만나게 될 때면, '나에게도 저렇게 귀여운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뭐, 상상하는 것 만큼 항상 좋을 수 만은 없을 테지만, 아플 때에는 함께 아픔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기쁠 때에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아기자기한 삶을 풀어 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겠는가. '웬수 같다' 라는 D의 증언도, 여태껏 홀로 자라 온 나에게는 그저 부럽기만 한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외톨이라는 사실이 유난히도 서글프게 느껴지는 그런 때가 왕왕 있다. 어둡고 조용한 방에 오롯이 홀로 앉아서 음악을 들을 때, 복잡한 거리를 쓸쓸히 걸을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심지어는 부모님들께도 차마 털어 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나의 가슴을 찔러 올 때, 나는 외로움에 젖은 짐승처럼 바닥을 긁는다. 혼자서 삶을 살아 가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삭혀 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나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감정의 앙금들을 쏟아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 했다. 그래서 마음에 또 한 가닥의 생채기가 생길 때 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만 조용히 쓴 눈물만 찍어 낼 따름이었다.
여리고 가냘픈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절에는, 그래서 형이나 누나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때로는 친구로서, 때로는 혈육으로서, 때로는 그 자신으로서 나의 아픈 이야기들을 들어 주고, 언제나 의지가 되는 든든한 기둥 같은 형제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철이 들어 갈 수록, 나는 나에게 그런 사람은 필요치 않았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때에도 나는 잘 견뎌 냈고, 무거운 외로움이 심장을 짓눌렀을 때에도 나는 끝내 웃었기 때문이다. 나는 강하지는 않아도 강해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 어쩌면 나는 혼자서 세상의 풍파를 맞고 버티는 데에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려, 기대어 쉴 수 있을 만큼 크고 강한 누군가 대신,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울타리' 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현재의 나 보다도 더 약하고 상처 받기 쉬운 누군가를 바라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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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맞습니다.
2007/01/19 18:46하긴, 사랑을 망각하기 쉬운 게 사람인지라 제가 사치스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웬수는 웬수입니다.
웬수라도 있는 게 어디예요. 싸우는 동안에는 외롭지 않으니까요.
2007/01/20 16:32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때 집 안이 텅 비어 있으면 왠지 기분이 울적하더라구요. 저도 외동이라 항상 누나든 동생이든 있었으면~ 하곤 했죠. 대신 셋 뿐인 만큼 부모님과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요.
2007/01/19 22:18진정한 의미에서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베푸는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쪽이 더 강한듯 보여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분명 무언가 똑같이 주고받고 있더라구요. 'ㅁ'
강한 쪽은 약한 쪽으로부터 자신이 강하다는 자각과 만족감을 얻는 거지요.
2007/01/20 16:33형제 자매들의 관계란..음..뭐랄까..
2007/01/19 23:34평소엔 정말 뒤통수라도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아웅다웅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내 형제 자매 뒤통수를 때리면 그 사람을 한 대 치는 그런 관계랄까요. 미묘한 말이지만 그렇더라구요.
맞아요. 정말로 필요로 할 때 있어 주는 사람은 혈육 뿐이더라구요.
2007/01/20 16:34저도 동생은 없고 오빠만 있어서,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요~~
2007/01/19 23:40동생이 있어도 뭔가 챙겨줘야 하는걸 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더군요...
동생은 항상 챙겨줘야 한다는 속설...
저는 뭔가를 주는 걸 좋아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2007/01/20 16:34저에게는 누나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지만, 너무 순진해서 가끔 동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죠. 그런 누나가 오늘 26살 생일이로군요… 그립게만 느껴집니다.
2007/01/20 01:30아아... 부러워요. 그리워 할 수 있는 누군가라니.
2007/01/20 16:36안녕하세요. RSS구독자입니다. ^^;
2007/01/21 14:44저 역시 외동인지라, 이 글에 상당히 많이 공감이 가는군요.
감사합니다. :)
2007/01/23 20:49혼자라는 사실이 동질감을 주기도 하나봐요.
토닥토닥..(...) 전 동생만 둘이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 실질적으론 그애들이 제 언니고 오빠입니다.(이 어린것;;)
2007/01/25 18:51아... 부럽네요. 셋이라니! 한국인은 삼세판이라는데...
2007/01/27 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