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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업.

잡문 2006/05/05 15:59 by 은빛늑대
나는 아주 약간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빨간 구슬을 열 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하얀 구슬로 바뀐다면, 나는 그러한 상태를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하얀 구슬을 다시 빨간 구슬로 만들거나, 아니면 모든 빨간 구슬들을 하얀 구슬로 바꾸거나, 또는 빨간 구슬과 하얀 구슬의 숫자를 정확하게 일치시키거나, 아예 모든 구슬들이 제각각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무엇인가가 혼돈스럽게 섞여 있는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자유분방한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자유' 와 '혼돈' 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같은 제품을 평생 동안 쓰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층 더 좋은 성능이나 디자인, 또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이 출시되면, 그것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특히, '보안' 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어제와 오늘이 극명하게 갈리는 웹 상의 소프트웨어들은 최신 버젼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러한 '최신 버젼' 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고, 항상 모든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젼으로 유지하고자 한다. 이 또한 결벽증의 일부인 것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태터 툴즈' 의 버젼은 1.0.4로, 현재로서는 최신 버젼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 번의 업데이트에서 생각지도 못 했던 기능이 추가되면서, 나는 곤란에 빠지게 되었다. '태그(Tag)' 가 생긴 것이다. 이 '태그' 라는 것은 무척 편리한 분류법으로, 일반적으로 한 방향의 가지로만 뻗어 나갈 수 있는 카테고리(Category)의 형태와는 달리, 하나의 글에 여러 가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태그' 들이 과거에 썼던 글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벽증과 연관을 지어 보자. 말하자면, 몇 개의 구슬들의 색깔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지 않거나, 과거와 현재를 완벽하게 분리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되풀이하여 모든 글에 '태그' 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결국, 내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의 경우, 즉, 모든 글에 '태그' 를 입히는 것 뿐이다. 이미 작업은 시작되었고, '음악'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글들을 우선적으로 완료해 두었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아예 깔끔하게 끝내 버리는 편이 좋다. 불과 일 년여 전에 쓴 글들이지만, 초기의 글들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바로 잡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이미 그 갯수가 800개를 넘어선 지금, 이것은 그야말로 '대사업' 인 것이다. 처음부터 '태그' 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2006/05/05 15:59 2006/05/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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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roni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흑. 저랑 비슷하시네요. lllorz

    2006/05/05 17:12
  2. ilesh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 면이 있는데요...
    예전엔 잘 버렸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겠더라구요..

    2006/05/05 19:40
  3. Jae-Hyeon L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결벽증이라... 저도 그런면이 없지는 않죠

    2006/05/05 19:45
  4. blu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은빛늑대님처럼 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태그를 써넣었답니다. 어디에는 있고, 어디에는 없는 그런 상태를 저도 못 참지요.

    2006/05/05 20:39
  5. lunamot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경우에는 엄두조차 안나더군요; 클래식이 공개된 당시에 글이 천개 정도 되었던것 같고요...;;

    일단은 그 이후로 입력은 합니다만 아직까지 그리 활용도는 크지 않다고 생각해 이전 글은 방치중입니다.

    관심사 키워드 추출 정도 랄까요. 메타 블로그와의 연동, 방문자 유입도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것 같습니다. 올블로그, 이올린 정도이니...

    이런 경우는 쓸만하더군요. 관련 태그 링크를 이용한 일종의 키워드 대용으로... 태그로 지금까지의 글을 한꺼번에 소개 한다던가 하는...

    그래도 가끔 정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합니다. :)

    2006/05/05 21:12
  6. JJ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혀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저도 구슬 이야기에 상당히 공감하기에..후훗
    새로 글을 쓰는것도 참 좋은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지난 글을 읽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것 같은데요 :)
    한번에 너무 많이 하려 하지 마시고..ㅋ
    즐길수 있을 만큼만 ^^

    2006/05/05 23:20
  7. xiz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를 움직이는 기제는 일종의 결벽증과 귀차니즘일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무엇이 이기느냐에 따라 행동이 좀 달라지긴 하지만..
    태그에 관해서는 귀차니즘과 그 아류인 건망증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달까요;;
    종종 태그를 빼먹고 지나가서 나중에 부랴부랴 입력하기도 해요;

    2006/05/05 23:32
  8. Jae-Hyeon L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랄까... 겜을 할때도 마법을 쓸때 소모되는 아이템들은 한 주머니에 모아놓던 습성이...

    2006/05/05 23:38
  9. daybreak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저도 약간은 그런 결벽증이 있습니다.
    저는 대략 몇 달 전부터 모든 글을 직접 HTML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HTML][/HTML] 치환자를 쓰고 있는데, 앞으로 본문 전체가 아예 HTML 작성을 하게 될 경우에 대한 별도 처리가 들어가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될 것 같네요. -_-;

    2006/05/06 00:04
    •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태터 툴즈의 입력 화면이 WYSIWYG 방식으로 바뀐 이후로는 저도 HTML 작성을 하고 있어요. 말이 나온 김에, 그 부분도 수정을 해야 할 것 같네요.

      2006/05/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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