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우산을 펼쳐 들기 시작한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버스의 차창 밖이 뿌옇게 흐려져 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물론, 비를 맞는 것 자체는 썩 꺼리지 않지만, 빗물에 젖은 안경 때문에 코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로 싫은 일이다. 단지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등의 외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맑고 깨끗한 시선 속에서 비로소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그 말인 즉슨, 내가 나의 두 눈 대신, 탁한 두 개의 유리 렌즈를 통하여 세상을 보아 온 기간 역시 십 년이 다 되어 간다는 말이렷다.(일일이 따지자면야, 안경을 낀다손 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두 눈이겠지만 말이다.) 탐탁지 않은 일이다. 흔히들 사용하곤 하는, '색 안경을 끼고 본다' 라는 표현의 의미와도 같이, 하나의 정형화된 틀이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버릇이다. 더군다나, 금속이나 나무, 플라스틱, 뼈, 기타 등등의 재료를 가지고 만든 테 속에 렌즈를 끼워 넣어서 만드는 '안경' 이라는 물건의 특성상, 늘상 시야에 방해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세상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귀찮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안경과 가방, 양말 따위를 모두 내버려 둔 채로 훌쩍 외출을 하곤 한다. 가방이 없으니, 평균 이상으로 거대한 핸드폰도 물론 없다. 촉감은 거칠지만, 바람이 불 때 마다 시원한 발이 기분 좋고, 눈에 뵈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보무도 당당하다.(교통 신호나 마주 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은 차치해 두자.) 어렸던 시절처럼, 온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맑고 선명하게, 그리고 화사하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결국 자전거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아프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경을 쓰고 다닐 것이다. 빌어먹을 안경잡이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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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학창시절에 수업시간만 안경을 쓰고 돌아다닐땐 안경을 벗고 다녔는데 집으로 직행할수 있는 버스와 그렇지 않은 버스를 헷갈려서 30분 동안 걸어다닌 기억이 나네요.
2006/07/24 18:08그래도 안경 안쓰고 꿋꿋하게 버텼는데, 은빛늑대님 글 보니까 저도 걱정되는데요. 안경이 어디갔더라.(.....)
저도 그랬었지요. 워낙에 비슷한 번호의 버스들 - 16, 161, 61, 17, 17-1 등 - 만 다니는 길목이다 보니, 아침마다 곤욕을 당했었답니다. -_-;
2006/07/24 18:42시력이 굉장히 안좋으신가봐요... 필요할 때만 안경을 꺼내서 쓰는 것은 안되려나 했습니다.
2006/07/24 19:57그나마 자전거에 치였으니 다행이지 오토바이 정도였다면(후략)
근데 스킨 바꾸셨네요. 깜딹!
네. 제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안경이 없으면 얼굴도 못 알아 보니...
2006/07/24 23:34전 요가할때 안경 벗는데 선생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힘들더라구요;
2006/07/25 00:53양쪽 시력이 차이가 나다보니 다른 한쪽도 점점 나빠지는듯해요;
그런 것 같아요. 한 쪽 눈이 나빠지면 다른 쪽 눈도 같이 나빠지더라구요.
2006/07/25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