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wolf's Daily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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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빠졌나.

잡문 2006/07/30 16:02 by 은빛늑대
1. 장마가 끝났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시원하기라도 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자비심 없는 더위와 오롯이 맞서 싸워야만 한다. 과열된 컴퓨터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뜨겁게 달구어진 뇌는 생각을 끊어 먹기가 일쑤다. 글을 써 보려고 들었던 펜의 진득한 감촉이 불쾌하게 느껴지고, 그 작은 스트레스가 글을 쓰려는 의지마저 꺾어 놓는다. 몽롱하다. 망원 압축 효과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또렷하게 보이는 세상이 비현실적이다. 남국의 미지근한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은 생각 뿐이다.

2. 더위는 여러 모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식욕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고, 수면을 방해하기도 하며, 활동의 폭에 제한을 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덥다' 와 '힘들다' , 그리고 '목마르다' 라는 메아리가 번갈아 가며 머리 속을 멤도니, 원초적인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한 생각은 너무나도 어렵다.

3. 나는 그래서 여름이 싫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야 매미 소리, 풍경 소리, 파도 소리, 장마철에 쏟아지는 비 소리 따위를 동경할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여름이 되면 항상 이 모양이니, 나는 도무지 여름을 좋아할 수가 없다.이 무더위 속에서도 감기에 걸리는 나 자신이 싫고, 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각을 멈추어 버리는 나의 뇌가 싫고, 땀에 젖어 끈적거리는 셔츠와, 가을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이 싫다. 빨리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뭐, 정작 겨울이 되면, 추워서 살 수가 없다고 엄살을 떨 게 분명하지만.

4. 한 달 내내 나사가 빠진 채로 살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쓴 것 같기는 한데, 남은 것이라고는 무기력과 피로, 답답한 마음 뿐이다. 이 정도의 더위로도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허덕이는 판이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8월, 나는 과연 그 작렬하는 태양을 견뎌 낼 수 있을까. 강한 불에서 20분간 끓이라는 요리 선생님의 말씀이 유난히도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오후다.
2006/07/30 16:02 2006/07/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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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ybur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제일 좋은 계졀은 봄과 가을이군요.
    하지만 굳이 여름과 겨울 중 택하라고 하면 겨울을 고르겠습니다. 겨울에는 벌레들이 없어서 그나마 좋아요.

    2006/07/30 18:16
  2. JuneYi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에겐 여름이 좋지 않을까하는...
    여름은 차라리 덥기라도 하지 겨울은 OTL

    2006/07/31 09:18
    •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겨울에는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어서 좋아요. 추운 건 견딜 수 있어도, 더운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거든요.

      2006/07/31 17:21
  3. 미고자라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마때는 제발 맑은 날씨가 되길 기원했건만, 맑아지니 다시 비왔으면 싶죠. 아 간사한 나의 마음 -_;;;

    2006/07/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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