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던 시절의 나는 그 무렵의 꼬마들이 대개 그렇듯, 공부와 숙제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 또는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아직은 학원이나 과외 따위가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고, 딱히 그런 것들이 필요치도 않았던 시대였기에,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방과 후를 기다릴 수 있었다. 물론, 마냥 노는 데에만 정신을 팔았다가는, 온통 '가' 로 가득 찬 성적표를 숨기기 위하여 전전긍긍해야만 했지만 말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나는 그런 고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기억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한 번 이상 듣고 읽은 것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성적은 상위권에 속했다.(당시부터 나를 알고 지냈던 친구들은, 어렸던 시절의 나를 모범생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인지 모를 어떤 시점부터는 나의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불과 몇 시간, 심지어는 몇 분 전에 했던 생각들을 까맣게 잊는가 하면,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이름과 얼굴, 연락처를 기억하지 못 해 난처한 상황을 겪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 뿐이다. 부족한 기억력은 메모 같은 것으로 대신 메꾸면 될 터이나,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지(知)적 능력이었던 기억력마저 점점 사라져 간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은 메모의 양이 늘어 가면 갈 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내가 당최 무엇 때문에 그 메모를 남겼는지를 잊어 버렸을 때면, 마침내는 '분노' 로 바뀌곤 한다. '기억력이 좋았던 시절이 있기나 했는가' 라는 의심을 품게 될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컴퓨터와 핸드폰 때문일 것이다. 예전이었더라면 몇 번이고 되뇌이며 외우려 애를 써야만 했을 것들을, 이제는 손가락을 몇 번 정도만 움직이면 간단하게 저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내 기억력의 대부분을 나의 두뇌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손으로 직접 쓴 메모도 그 '대체 기억 장치' 에 포함된다. 일전에는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바로 그렇게 된 것이다.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전화 번호부에 저장을 해 둔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는 동안, 나의 기억들이나 추억들은 모조리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만다. 나는 그저 물리적인 경험을 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인간들은 필요에 의하여 도구들을 만들어 내고, 또 사용한다고 여기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오히려 도구들에 의하여 인간들의 행동 양식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라는 것은, 외계로부터 날아 온 어떤 의지의 발현이 아닐까? 우리들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계적인 편리함에 의하여 기억력을 빼앗겨 가는 요즘, 언젠가는 이 기계들이 인간적인 섬세함마저 갖게 된다면, 우리들이 설 자리가 남아 있을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인지 모를 어떤 시점부터는 나의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불과 몇 시간, 심지어는 몇 분 전에 했던 생각들을 까맣게 잊는가 하면,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이름과 얼굴, 연락처를 기억하지 못 해 난처한 상황을 겪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 뿐이다. 부족한 기억력은 메모 같은 것으로 대신 메꾸면 될 터이나,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지(知)적 능력이었던 기억력마저 점점 사라져 간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은 메모의 양이 늘어 가면 갈 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내가 당최 무엇 때문에 그 메모를 남겼는지를 잊어 버렸을 때면, 마침내는 '분노' 로 바뀌곤 한다. '기억력이 좋았던 시절이 있기나 했는가' 라는 의심을 품게 될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컴퓨터와 핸드폰 때문일 것이다. 예전이었더라면 몇 번이고 되뇌이며 외우려 애를 써야만 했을 것들을, 이제는 손가락을 몇 번 정도만 움직이면 간단하게 저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내 기억력의 대부분을 나의 두뇌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손으로 직접 쓴 메모도 그 '대체 기억 장치' 에 포함된다. 일전에는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바로 그렇게 된 것이다.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전화 번호부에 저장을 해 둔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는 동안, 나의 기억들이나 추억들은 모조리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만다. 나는 그저 물리적인 경험을 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인간들은 필요에 의하여 도구들을 만들어 내고, 또 사용한다고 여기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오히려 도구들에 의하여 인간들의 행동 양식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라는 것은, 외계로부터 날아 온 어떤 의지의 발현이 아닐까? 우리들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계적인 편리함에 의하여 기억력을 빼앗겨 가는 요즘, 언젠가는 이 기계들이 인간적인 섬세함마저 갖게 된다면, 우리들이 설 자리가 남아 있을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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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보루는 창조력이죠.
2006/10/04 21:29기계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기계에 침식당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죠;
네. 일단 편리한 것을 겪어 보고 나면 이후에도 계속 찾게 되니까요. 어느 정도 선에서 끊는 게 중요하겠죠.
2006/10/04 23:51리플이 본 내용과 별루 상관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2006/10/05 09:18얼마전 미몹에서 알게되어 글들을 찾아읽었습니다. 아주 맘에 들어서요 인사라도 하는게 예의같아서요. 그럼 좋은하루 보내시구요..
참 저는 기억력이 아주 병적으로 나쁘답니다. 제가 생각해봤는데 자기 방어본능으로 그런것 같아요. 은근히 예민하여 상처가 많거든요.. 제일 나쁜 기억만 빼고는 정말 많이 기억이 지워져버렸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방명록에 쓰시면 되죠. :)
2006/10/05 22:19....난 처음부터 머리가 나빠서 폰이랑 컴터에 많이 의존하는 걸지도 흑흑 ㅜㅜ
2006/10/06 21:22그런 것 같다.(..?)
2006/10/07 22:10아저씨 -_- +담에 두고봐 !!
2006/10/08 11:57많이 봐라~
2006/10/09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