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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써 소통하는 네 가지 방법.

잡문 2006/05/17 16:10 by 은빛늑대
글로써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데에 익숙해 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썩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당당하게 '나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라고 선언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소개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글 쓰는 사람' 이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든다. 글 쓰는 사람, 글 쓰는 늑대, 이 얼마나 멋진 대명사인가.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의 누구' , 또는 '어느 동네에 사는 누구' 따위의 호칭들 보다는 훨씬 더 멋지고, 훨씬 더 당당한 이름이다.

글을 쓰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의 요령이 생겼다. 일반적으로는 독백에 가까운 글을, 이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하는, 특정한 대상이 있는 글은 대화에 가까운 형식으로, 어떤 것에 대한 설명을 할 때에는 극히 건조하고 메마른 분위기로, 긴장감이 조금 있었으면, 이라고 생각될 때에는, 수첩에 급하게 휘갈긴 것을 그대로 옮겨다 놓기도 한다. 물론, 블로그에 올라 오는 글들의 경우는, 대개가 불특정한 다수를 향하여 - 때로는 나 자신의 내부를 향하여 - 보내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어느 누가 보더라도 그다지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쓰여진 것을 고르는 편이다.

대화의 형식을 띄고 있는 글이라면, 우선은 편지와 같은 종류가 있겠다. 대상의 연령대나 성별, 성격, 나 자신과의 친분도에 따라서 그 내용을 달리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더군다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쓸 때, 한 통의 편지 이외에는,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어떠한 자료도 없는 경우 - 이를테면, 웹 상에서 연락처를 찾아 메일을 보내 오는 경우 - 에는 정말이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이런 경우에는 가장 편리한 방법인 '사무적인 태도' 를 취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긴장감, 또는 현장감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기나 감상기 등을 쓸 때에 효과적인 필체이기는 하나, 조금만 신경을 덜 써도 사건의 전후 관계가 뒤틀려 버리기도 하고, 가끔은 지나치게 성의가 없어 보일 때도 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긴장감인데, 나는 이 긴장감을 아직은 전혀 표현하지 못 한다.(일전에 써 두었던 소설이나 습작들을 읽다 보면, 이 사실을 더욱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써 내려 가기가 가장 쉬운 것은, 역시 무미건조한 글이다. 그 글을 읽는 대상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굳이 감정을 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의를 들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들인 정성에 비하면 조금 무덤덤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블로그에 올라 오는 글들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자칫 무미건조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소통' 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감정을 싣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가끔은 특정한 대상층을 만들기도 한다. 말 그대로 '청자(聽者)를 앞에 둔 사람의 독백' 인 것이다. 그냥 들어만 주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누군가가 듣고서 답을 내려 주었으면, 이라는 소망도 섞여 있는, 복잡한 감정의 글이다.

말이 많았지만, 이 글로써 말하고자 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나는 답글에 굶주려 있다.
2006/05/17 16:10 2006/05/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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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겔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글을 달고 싶긴해도 왠지 답글 다는건 무섭더라구요.(...)

    2006/05/17 18:33
  2. Jae-Hyeon L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쓰는 늑대 왠지 멋있는 수식어입니다. 늑대 캐릭터로 다이어리 형식의 웹툰을 그리는 '워니'라는 분이 생각나네요 ㅎㅎ. 저는 글 잘쓰시는 분이 부럽더라구요 저같은 경우 오래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면 두서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산만한 글이 됩니다. 그 때문에 내용이 짧고요...

    2006/05/17 21:35
  3. xiz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답글에 굶주려 있다." 이 부분 정말 가슴 아픈 대목이에요ㅠ_ㅠ

    2006/05/17 23:00
  4. azi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답글에 굶주려 있다."
    매우 찔리는군요.. 포스팅 하는 족족 보고 있는데 답글 단건 거의 없는...
    글쓰는 늑대님의 글을 "훔쳐" 보고 있노라면 훔쳐보는 "늑대"가 되는 기분. 흐흣-.-;;

    2006/05/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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