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지켜 보아 오신 분들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요즈음의 나는 침체기에 빠져 있다. 비단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먹는 것이나 입는 것, 심지어는 삶과 연애, 관계 등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 마저도 모조리 귀찮게 여겨질 지경이다. 이것은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이나 깊디 깊은 우물과도 같은 것이라서, 일단 거기에 빠져 들기는 무척 쉬우나, 그 굴레를 벗어 던지기 위해서는 실로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렇게 정체된 상태로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썩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나태한 모습의 자신을 나 스스로도 혐오하고 경멸하면서도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여유' 가 아닌 '게으름' 을 즐기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밉다.
한 번 흥미를 느낀 일에는 가능한 한 열과 성을 다 하는 편이기는 하나, 그 흥미가 유지되는 기간이 다소 짧으며, 어느 순간엔가 '벽' 에 부딪히게 되면 쉽사리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글을 쓰는 것 또한 내가 재미를 추구하며 매진하는 분야들 가운데 하나인데, 근래에 들어서는 축축한 안개와도 같은 불쾌한 감각이 나의 눈과 손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글을 써 내려 가는 일이 몹시 어렵고 힘겹기만 하다. 마치 종이 위에서 생각을 내달리듯이 신명나게 펜을 놀리던, 그리 멀지 않은 과거가 벌써 그립다. '별달리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라는 식으로 자위를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이야말로 나의 한계를 단정짓는 좌절스러운 장벽이 될 수도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거릴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힘이 듦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작가에의 길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과학자, 소방관, 대통령, 그리고 화가에 이르기까지, 그다지도 쉽게 놓아 버리곤 했던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상상들과는 달리, 유독 '작가' 라는 이름표 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이, 그들이 쓴 매력적인 글귀들과 표현들이 끊임 없이 유혹을 보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작가들의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나를 버티게끔 한다. 특히, 박완서의 작품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추론하는 재미가 있어, 나는 그의 문체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잃어버린 여행 가방' 을 읽었을 때에는, 어쩌면 이렇게도 닮고 싶은 글이 있을까, 싶어서 즐거웠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거창하거나 심오하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내가 글을 쓰더라도 이 정도로는 쓰겠다' 라는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는, 굳이 닮은 꼴을 찾자면, 그래, 박완서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일흔이 넘은 인생 선배의 뒤를 좇는다는 것, 이제 겨우 스물 두 살의 내가 하기에는 어려운 일일는지도 모르겠으나, 이 번민의 시간들이 지나 가 버린 뒤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슬며시 피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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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엔 나름이 가치가 있는 법이죠.
2007/01/03 16:53아마 충전 끝나면 금새 다시 질주하실거에요. 'ㅁ'
그럴까요? 바닥까지 가라 앉는 느낌이라... OTL
2007/01/04 16:03내리막길이 있다면 오르막길도 있는 법입니다.
2007/01/03 23:12주기가 너무 짧아요.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2007/01/04 16:03힘내시기 바랍니다.
2007/01/04 12:03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거창하거나 심오하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내가 글을 쓰더라도 이 정도로는 쓰겠다'
이런 글은 읽는이에게 매우 즐거움을 제공 합니다. 그런 글을 종종 읽으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겠네요.
2007/01/04 16:03글은 쉽되 글에 담긴 생각은 결코 만만찮은...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해요. 제가 보기엔 은빛늑대님은 이미 그런 글을 쓰고 계십니다.(부럽;)
2007/01/12 17:06아직 멀었습니다만 기분은 좋네요... :)
2007/01/13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