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wolf's Daily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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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에 대한 책임.

잡문 2006/05/10 16:05 by 은빛늑대

내가 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작년 이맘때이니, 벌써 일 년이 다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예전에도 'Unknown' 이니, '은빛늑대의 낡은 일기장' 이니 하는 이름으로 홈 페이지를 운영하며 글을 써 왔으니, 인터넷 상에 나의 글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예닐곱 해를 넘어선 것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의 글들은 얼마나 바뀌어 왔을까. 처음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었을까. 나의 글은 누구에게나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재미가 있을까. '연습' 이라는 의미를 두고 써 온 글들이지만, 일단 글을 쓰고 나면,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라도 되는 것 같은 긴장감이 든다.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나아진 바는 없지만, 예전에는 흔히들 '악플' 이라고 부르는, 그런 비난을 많이 받았었다. 글 자체가 워낙 형편이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잘 알지도 못 하는 것들에 대한, '추측' 에 가까운 글들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 때의 나는 어렸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썼으며, 그것에 대해서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여기에 대해서 내가 취했던 행동은, 부정적인 답글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질 리가 없다. 나는 스스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었던 것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자신의 신념이 담긴 창작물을 일반에 공개할 때에는, 그것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그것에 따르는 모든 비판과 비평, 비난을 감내할 수 있는 책임감이 수반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불과 이 년 전의 일이었다. 가까스로 '일기' 라는 한계를 벗어난 글들을 쓸 수 있게 되었던 시기였다. 물론, 깨달았다고는 해도, 그 책임은 무척 무거웠다. 그로 인하여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은 조금 시들었고, 나는 점차 내게 있어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글들을 공개 되지 않는 공간에 쓰게 되었다. 꾸준히 메모를 하는 습관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나는 공개된 공간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비난의 목소리는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 나쁜 감정은 없다. 논리적으로 설득이 가능한 문제라면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조리 나의 잘못으로 돌린다. '공개에 대한 책임' 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어떠한 비난도 허용치 않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바에야, 비난이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을 썼다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다.

최근, 모 만화의 작가에 대한 껄끄러운 이야기가 들려 오곤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사람들을 '명예 훼손' 이라는 명목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아무리 법이 좋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책임조차도 질 수 없는 자의 이야기는 공허하게 울리기만 한다.

2006/05/10 16:05 2006/05/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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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창작의 고통에 대해

    Tracked from 아는 만큼 보인다  삭제

    창작의 고통을 말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창작이라고 말할 만한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럴만한 능력도 그럴 만한 대의 명분도 없다. 한마디로 쥐뿔도 ..

    2006/05/14 12:44
  2. Subject: 파인딩 포레스터; 글쓰기에 대해

    Tracked from 不同而和  삭제

    ...월리엄은 단 한권의 소설만을 출판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서재에 수 많은 책들과 자료들이 가득 차 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다...

    2008/09/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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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F.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으면 다시 반박하면 된다'라고 생각을 해버리니, 참 편해지더군요.
    사실, '모 만화의 작가'가 명예 훼손을 운운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씨네21의 20자평이었습니다. 그분 기준이라면 명예 훼손 덩어리죠. 후후;

    (아직 '극도로 편안'하지는 않지만. 뭐랄까, 압박감......?)

    2006/05/10 16:41
    •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대 의견이 있다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죠. 내게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걸 고쳐야 할 테고, 잘못된 점이 없다면 시비가 걸려 온 셈이니까요.

      2006/05/11 16:07
  2. trend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종의 관심 표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하나하나 신경쓰다 보면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올텐데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

    2006/05/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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