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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wolf's Daily Record :: 은빛늑대의 인간 세상 탐험기.

이성의 끈.

잡문 2009/06/28 18:12 by 은빛늑대

내가 사는 바닷가 마을, 대낮부터 종일 물안개가 자욱하더라니, 해가 지고서부터는 귓전이 따갑도록 장대비가 쏟아진다. 물 먹은 녹색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아스팔트가 미처 빨아들이지 못한 빗방울들이 물줄기가 되어 경쾌하게 흐르는 소리, 늦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찰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어둠 속에서 온통 하나가 되어 내 마음을 흔든다. 모처럼만에 시원스레 쏟아지는 비가 반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이 밝도록 마당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절대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예전처럼 마음껏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녀와 함께였던 그 날이 떠오를까 두려워 그러진 않는다. 그저 온갖 소리들에, 빗방울마다 비치는 세상의 둥글어진 모습에 멍하니 취해 있을 따름이다. 한 그루의 나무처럼, 아니면 돌멩이처럼, 그렇게 비 내리는 풍경 속의 나는 조금씩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할 줄 알았던 나 자신에게서, 하루에 한 걸음씩.

지난달부터는 병원엘 다니고 있다. 그래, 언젠가 한 번쯤은 분명히 나도, 라고 생각했던 정신과 말이다. 우울증이야 색다를 것도 없지만, 아직도 생소하기만 한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은 이제 지독한 약 기운과 함께 떠나지 않고 항상 내 곁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공포에 사로잡히고, 답답해지고, 심장이 뛰고, 가슴이 아파지고, 구역질이 나는데, 이런 증상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약도 없이 찾아오는 마당이니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처음으로 대면한 내 안의 나약함이란.

여전히 혼란스럽다. 감정도, 생각도 좀처럼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어지러이 부유한다. 그녀 때문인지, 그 때문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그러다 지쳐 잠들면 그리운 날의 꿈을 꾸다 서글픈 기분으로 눈을 뜨곤 한다. 매일 두 번씩 먹는 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맑은 정신으론 견디기 힘든 낮 대신 더더욱 기나긴, 그리고 의미 없는 밤을 보낼 수 있게끔 하는 호구지책일 뿐, 어떤 것도 나아지진 않는다.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되는 매일이 이어지고, 거울에 비치는 내 눈빛은 꼭 담뱃재처럼 이내 부스러지고 만다. 이제는 누가 나를 바라봐 줄까?

2009/06/28 18:12 2009/06/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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